수원FC의 이영준이 스위스 리그 그라스호퍼로 이적한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공격수 출신인 이영준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후, 여름 이적 시장에서 국내외 여러 팀들의 관심을 받았다.
K리그1 구단들은 물론 독일의 샬케04, 중동의 알이티하드 등 해외 구단들과의 이적 루머가 이어졌으나, 이영준의 김천 상무 제대 직후 스위스 리그의 그라스호퍼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라스호퍼는 2년 전 정상빈을 임대 영입했던 경험이 있는 구단이다. 이영준도 성장을 위해 유럽 무대 진출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이적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5일 이적료와 셀온 조항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구단 간 계약이 완료되었다. 그라스호퍼의 신임 스포츠 디렉터는 ’21세 군필’ 이영준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였고, 21세 이하 선수로서는 파격적인 대우와 최고 수준의 이적료 및 셀온 조항을 약속했다.
2021년 17세의 나이에 수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은 신평고 출신 이영준은 K리그1 U-22 출전 규정 덕분에 고등학교 재학 중인 그해 6월, 17세 9개월 22일의 나이로 인천전에서 최연소 데뷔를 하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등장했다. 첫 시즌에는 13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했고, 2022시즌에는 16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후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 시즌에는 13경기에서 3골 2도움, 올 시즌에는 8경기에서 1골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이영준의 연령별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김은중 감독이 이끈 U-20 월드컵 4강 당시, 이영준은 주장으로 7경기에 모두 출전해 2골을 터뜨리며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또한, 3살 위의 형들과 함께 나선 황선홍 감독의 U-23 아시안컵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전천후 원톱 공격수로 인정받았지만 아직 시니어 국가대표 레벨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이영준은, 스위스 리그 중위권 팀에서 도전하며 자신을 다져가는 현실적인 루트를 택했다. 이로 인해 수원FC에도 상당한 이적료를 안겨주었다. 스위스 리그는 유럽 빅리그에서도 주목받는 리그로, 박주호가 2011~2013년 바젤에서 활약한 후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와 도르트문트로 진출했던 경력이 있다. 이영준도 이러한 경로를 밟아 더 큰 무대로 나아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를 연고로 하는 그라스호퍼는 1886년에 창단된 유서 깊은 축구 클럽으로, 로이 호지슨(1999-2000년), 토르스텐 핑크(2018-2019년) 등 명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다. 이 팀은 2002-2003 시즌을 포함해 스위스 슈퍼리그에서 27회 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2020-2021 시즌에는 챌린지 리그에서 우승하여 슈퍼리그로 승격한 이후, 지난 시즌에는 11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해왔다.
이제 이적 합의서에 양 구단이 서명만 하면 이영준의 이적 절차가 마무리된다. 스위스 슈퍼리그는 이미 개막한 상태이며, 그라스호퍼는 지난 21일 루가노 원정 경기에서 1대2로 패했다. 앞으로 28일에는 루체른과, 내달 4일에는 바젤과의 홈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이영준은 26일 수원FC 선수단을 떠나 주말에 스위스로 출국하여 메디컬 테스트를 거친 후 빠른 시일 내에 리그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