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6차전(최종전)에서 중국과 맞붙었다. 중국은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 최소한 비길 필요가 있어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했지만, 한국은 싱가포르전에서 7-0 대승을 거두며 이미 조기 진출을 확정 지어 비교적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섰다.
경기장에는 6만 명의 관중이 모여 뜨거운 열기를 더했으며, 중국에서 온 원정 팬들도 상당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장 주변 숙박 시설은 중국의 취재진과 팬들로 인해 만실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 숙박 요금도 급등했다. 경기장을 찾은 중국 팬들은 “한국이 강해서 이길 것 같다”라며 경계하면서도, 열띤 응원으로 자국 팀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경기 초반, 한국은 주도권을 잡았으나 중국은 밀집 수비로 전반전을 운영하며 골문을 철통같이 지켰다. 중국의 수비는 박스 안까지 내려앉아 틈을 주지 않으려 했고, 손흥민은 동료들과의 원투패스와 개인 돌파를 통해 수비의 균열을 시도했다.
중국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퍼부으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반대편 홈 팬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이에 맞섰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손흥민은 중국 원정석을 향해 3-0을 가리키는 손짓을 했다.
손흥민은 전반 내내 활발한 움직임으로 중국 수비를 흔들었고, 후반전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손흥민은 측면에서 볼을 잡아 박스 안으로 돌파했고, 이강인의 발끝으로 연결된 공은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한국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으나 추가 득점 없이 이강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중국 원정 팬들에게 3-0 손짓을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특별히 야유받을 행동을 하지 않았다. 물론 선수가 야유를 받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중국 팬들의 야유가 홈 관중을 향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홈 구장에서 야유를 듣는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 팬들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고, 대한민국 선수로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했던 경기를 제스처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 중국 원정에서 3-0 승리를 거둔 것을 홈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해 중국 팬들을 잠재우려는 의지가 담긴 행동이었다.
비록 손흥민의 손짓이 3-0 승리를 의미했지만, 한국은 탄탄한 경기력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팀의 승리에 기뻐하며 “오늘 경기를 이긴 게 중요하다. 상대에 말리지 않고 잘 대처하는 게 중요했다.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 팬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중국을 도발했던 손흥민. 반대로 한국 관중석을 향해선 적극적으로 호응을 유도했다.
중국을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뒤 한국 관중석에 적극적으로 유도한 함성. 손흥민의 함성 유도에 한국 관중들 역시 큰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이번 경기는 손흥민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그는 경기 후 소감을 밝히며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선수들이 크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않고 경기를 마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완벽한 경기는 없지만 선수들이 침착하게 기다리며 좋은 경기를 만들어낸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한국에서 치를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한국 팬들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많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쉴 새 없이 활약했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주장으로 나선 그는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 세 번째로 10-10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시즌 최종전을 마친 손흥민은 12일 자신의 SNS에 “저 조금만 쉬고 올게요”라는 글을 올리며 팬들에게 짧은 휴식을 알렸다. 손흥민은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전에서 실력 뿐 아니라 한국 팬들의 기를 살려주는 쇼맨십까지. 푹 쉬고 돌아와 다음 시즌 또 한 번 멋진 활약 펼쳐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