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중국 팬들의 야유에도 몇 단계 더 높은 실력을 과시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한국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선발로 출전하며 또 하나의 기록에 다가섰다. A대표팀에서 127번째 경기를 소화하며 이영표와 함께 A매치 최다 출장 공동 4위에 올랐다. 손흥민 앞에는 이제 이운재(133경기), 차범근, 홍명보(이상 136경기)만 남아 있다. 손흥민이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활약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기록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중국 원정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석을 가득 메우고 중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한국 선수들에게는 거센 야유를 보냈다. 특히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가장 큰 야유가 쏟아졌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일부 중국 팬들은 손흥민에게 ‘샤비(SB)’라는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러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냈다.
전반 44분, 손흥민은 중국 팬들의 지속적인 야유에 대응해 한 손으로 ‘3’, 다른 손으로 ‘0’을 만드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원정에서 한국이 3-0으로 승리한 것을 상기시키는 행동이었다. 경기장에 있었던 중국 블로거 ‘SC 시리우스’는 손흥민의 이 제스처에 중국 팬들이 일제히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정신적 강인함과 함께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변함없이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으며, 왼쪽 윙어로 출전해 유려한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중국 수비는 손흥민의 드리블을 막기 위해 거친 수비를 펼쳤고, 그 결과 프리킥을 내주는 장면이 자주 발생했다.
후반 16분, 손흥민은 이강인의 아름다운 반대 전환 패스를 받아 수비를 제치고 중앙으로 공을 정확히 전달했다. 중국 수비에 막혀 흘러나온 공을 이강인이 쇄도하며 마무리해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29분, 손흥민은 왼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두 명의 중국 수비수를 상대하며 화려한 발재간을 선보였다. 먼저 한 명의 다리 사이로 공을 넣은 뒤, 다른 선수 역시 제치고 골라인 근처까지 전진해 마지막 컷백이 중국 수비를 맞고 나와 코너킥을 만들어냈다.
경기 막판까지 손흥민은 중국 팬들과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후반 35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공을 잡자 교체 투입된 팡하오가 거친 태클을 시도해 손흥민이 잠시 고통을 호소했다. 이 반칙은 주심이 고민 없이 경고를 꺼내들 만큼 심각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이후에도 상대 수비 한두 명을 가볍게 벗겨내는 드리블을 이어갔다.
백미는 후반 추가시간 나왔다. 이미 대부분 선수들이 다 지쳐있던 시간. 중국이 역습을 이어가자 전력 질주로 상대 역습을 막아내며 한국 대표팀의 소유권을 지켜냈다. 어린 선수도 아닌 베테랑 주장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팬들을 감동시키기에도 충분했다. 과거 박지성을 연상케 하는 플레이라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중국 팬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게다가 주장으로서 누구보다 솔선수범해 헌신적인 플레이까지.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한국 대표팀 캡틴이라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