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싱가포르 칼랑에 위치한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멕시코-미국(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5차전에서 싱가포르(FIFA 랭킹 155위)를 상대로 7-0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주민규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섰고, 손흥민은 왼쪽 윙어로 출전했다.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며 싱가포르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그의 드리블에 싱가포르 수비는 혼란에 빠졌다. 좌측면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으며, 직접 안으로 치고 들어가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을 기록했다. 후반 8분, 주민규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수비를 제치고 안으로 돌파하여 페널티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슈팅은 우측 하단 코너로 정확하게 향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두 번째 골도 유사한 패턴이었다. 이재성이 중앙에서 좌측면에 위치한 손흥민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은 좌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페널티 박스 밖에서 수비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의 슈팅은 첫 번째 골과 동일한 위치로 들어갔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를 통해 왼쪽 윙어로 출전할 때 더욱 위협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물론 손흥민은 최전방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시즌 토트넘 훗스퍼에서 원톱으로 출전하여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전방은 손흥민의 장점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손흥민의 강점은 스피드, 슈팅, 드리블, 양발 사용 능력이다. 측면에서는 이러한 장점들이 모두 발휘되지만, 최전방에서는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 상대 수비가 뒷공간을 내줄 경우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지만, 수비 간격이 좁은 상황에서는 손흥민의 강점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좌측면에 위치하면 공간이 더 쉽게 생기기 때문에 손흥민이 공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기가 수월하다. 게다가 손흥민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선택지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좌측면에서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거나 안으로 들어와 오른발로 마무리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도 손흥민은 빡빡한 상대 수비에 고전했다. 상대 팀들은 손흥민에게 쉽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고,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손흥민은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시즌 초반만큼 많은 골을 넣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에 왼쪽 윙어로 옮기면서 다시 우리가 알던 손흥민의 모습을 되찾았다.
한편 이날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에는 4만 9,097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는 종전 2014년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열린 싱가포르-말레이시아전 당시 최다 관중 기록인 4만 8,183명을 훌쩍 넘는 숫자였다. 그러나 싱가포르에게는 참담한 결과였다. 대한민국은 전반 9분 이강인의 득점을 시작으로, 전반 20분 주민규가 두 번째 득점을 기록해 전반전에 일찌감치 앞섰다. 후반 8분 손흥민, 후반 9분 이강인, 후반 11분 다시 손흥민이 득점을 터트렸고 후반 34분 배준호가 데뷔골을 넣었다. 후반 36분에는 황희찬이 쐐기골을 기록했다. 총 7골이 터진 경기였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경기 후 “사자들(싱가포르의 별명)이 한국에 0-7로 패배하면서 큰 교훈을 얻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날 두 팀의 극명한 차이를 전했다.
처음까지만 해도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내던 싱가포르 관중들. 손흥민이 싫어서라기보다 상대 에이스를 견제하기 위해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야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엄청난 활약으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한 손흥민. 그렇게 점수가 벌어지고 손흥민이 교체 아웃되자 야유는 박수로 바뀌었다. 한국 팬들 뿐 아니라 싱가포르 관중들까지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내며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관중들의 박수에 손흥민 역시 박수로 화답했다. 야유가 환호성으로 바뀌는 순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예우였다.
싱가포르전에서도 이렇게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한 손흥민. 다가올 중국전에서도 멋진 활약으로 국내 팬들에게 인상을 남기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