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전이라 뜨거웠던 현대가 더비. 치열했던 순간이 이어지던 막판에 골망이 흔들리며 승리의 여신이 울산에 미소 지었다.
울산은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6라운드 ‘현대가 더비’에서 전북을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승점 3점을 확보한 울산은 포항 스틸러스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울산은 주민규를 최전방에 세워 전북의 골망을 노렸고, 김민우와 엄원상이 측면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중원에는 강윤구, 보야니치, 고승범이 자리잡았으며, 수비는 윤일록, 이명재, 김영권, 김기희가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전북은 최전방에 티아고를 배치하고, 중원에는 전병관, 이수빈, 이영재, 한교원, 보아텡이 나섰다. 수비는 김진수, 이재익, 박진섭, 구자룡이 지켰고, 골문은 정민기가 맡았다. 전북은 포백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스리백 운영으로 변화를 주었다.
양 팀은 라이벌답게 초반부터 치열하게 맞붙었다. 울산은 한교원 윙백 쪽을 집중 공략했고, 전북도 설영우가 빠진 윤일록 쪽을 파고들었다. 울산이 전북 진영에서 볼을 컨트롤하면, 이영재가 활동량을 늘려 수비에 가담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 박진섭도 과감하게 전진해 주민규를 막았다.
전북은 전반 15분경부터 울산을 흔들기 시작했다. 공간이 생기면 끊임없이 볼을 투입했고, 중앙 수비수 구자룡까지 과감하게 전진해 전방으로 볼을 배급했다. 울산은 측면에서 엄원상의 스피드를 활용해 전북의 배후 공간을 공략했고, 전반 26분, 윙백 윤일록이 번뜩이는 슈팅으로 전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치고받던 경기는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허리와 측면에서 서로의 빈틈을 노렸지만 양 팀의 수비 조직력이 탄탄했다. 울산은 전반 종료 직전 강윤구의 슈팅으로 코너킥을 얻어 세트피스를 시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전북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송민규와 안현범을 투입했다. 울산도 강윤구를 빼고 루빅손을 넣어 대응했다. 후반 8분, 전북이 측면에서 볼을 운반한 뒤 송민규에게 기회가 왔지만, 울산이 빠르게 압박해 볼을 끊어냈다.
울산은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여 전방 공격수 주민규에게 볼을 전달했지만, 슈팅을 시도하려던 찰나 전북 수비에 막혀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울산은 후반 17분, 아타루를 투입해 중원에 변화를 주었다.
울산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22분, 주민규가 박스 앞에서 볼을 받으려다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을 얻었다. 김영권이 프리킥을 처리한 후 튕겨 나온 볼을 주민규가 마무리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되었다.
이후에도 경기의 열기는 계속됐다. 울산은 오른쪽 측면을 활용해 주민규에게 끊임없이 볼을 공급하려고 했다. 후반 32분, 전북은 전병관을 빼고 문선민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울산도 이청용을 투입해 중원에 안정감과 공격의 다변화를 노렸다.
양 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결승골을 향해 달렸다. 결국 울산은 후반 추가 시간에 아타루의 극장골로 승점 3점을 손에 쥐었다.
아울러 이날 울산에는 올 시즌 홈 최다 관중인 29,007명이 입장해 기쁨을 더했다. K리그1도 9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으며, 이는 지난 시즌의 96경기보다 빠른 기록이다.
이날 울산은 모든 지표에서 전북을 압도했다. 볼 점유율은 54% 대 46%, 슛은 12대 8, 유효 슛은 6대 3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교체 카드도 적중했다. 후반 16분 김민우 대신 투입된 아타루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경기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홍 감독도 모처럼 펄쩍 뛴 채 포효까지 하며 기뻐할 정도로 짜릿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평소 표정 변화가 없는 홍명보 감독임을 감안하면 지극히 이례적인 리액션일 정도로 기쁜 순간이었다.
승리를 거둔 홍명보 감독은 “더비에서 승리해 기분이 좋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북에 대비해 훈련했는데 선수들이 완벽하게 준비했다. 어느 때보다 공수에 걸쳐 높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승리한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홍 감독은 “경기력 측면에서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천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후반 막판 득점으로 승리를 거둔 점에 대해 홍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는 부분이 좋다. 수비와 미드진도 좋았다. 그래도 지금보다 높은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 A매치 기간에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전 경기에서 득점에 이어 이날 도움을 기록한 엄원상에 관한 질문에는 “좋은 몸 상태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부상이 걱정이다.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한 경험이 있어 잘 관리하고 준비해서 대표팀에 잘 다녀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울산은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를 가진 뒤 오는 16일 FC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여 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