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활약이 좋지 못했던 박용우가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박용우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끌던 지난해 6월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었다. 그는 6월, 9월, 10월, 11월 A매치 기간 동안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했으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되어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카타르 아시안컵은 박용우에게 있어 최악의 대회로 남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박용우에게 맞지 않았고, 이는 공격 전개 시 중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수비 상황에서는 미드필더들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박용우의 단점인 느린 속도 역시 부각되어 그는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목되었다.
한국이 대회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패배해 탈락한 후에도 박용우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아시안컵의 여파로 지난 3월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의 A매치에서도 박용우는 백승호와 정호연 같은 후배 선수들에게 밀리며 대표팀에서 멀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박용우에게 옛 스승인 김도훈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도훈 감독은 싱가포르와 중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5차전과 6차전을 앞두고 임시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울산HD 사령탑 시절 박용우와 인연을 맺었던 김 감독은 이번에 박용우를 대표팀에 호출했다.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황인범이 건재한 가운데, 백승호는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고, 박진섭과 이순민은 부상 여파로 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도훈 감독은 박용우와 정우영(알칼리즈)을 선택했다.
이제 박용우에게는 명예 회복의 기회가 주어졌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겼던 그는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해 그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박용우는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던 기간 동안 소속팀인 알아인에 집중하며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알아인은 지난 11일 원정 경기에서 남태희의 소속팀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에 1-2로 패배했지만, 26일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5-1로 대승을 거두며 대회 정상에 올랐다.
알아인의 ACL 우승 과정에서 박용우의 기여도는 매우 컸다. 그는 알아인의 주전 미드필더로 뛰며, 유럽 빅리그 출신의 미드필더인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와 후벵 네베스가 뛰는 알힐랄과의 준결승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또한 결승전 1·2차전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박용우의 경기력이 절정에 달한 상태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번 소집에서는 클린스만 감독 시절처럼 감독의 전술적 영향력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김도훈 감독은 박용우를 잘 아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을 지휘하던 시절 박용우를 중용했다. 박용우는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김 감독 아래에서 뛰며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30경기 이상 출전했다. 군 복무 도중 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탓에 전역 후에는 김 감독의 지도를 받지 못했으나, 이번에 대표팀에서 은사와 재회하게 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달리, 박용우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김도훈 감독이기에 박용우도 큰 기대를 품을 수 있다. 김 감독이 박용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이번 2연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다음은 6월 축구대표팀 소집 선수 명단(23명)
골키퍼: 조현우(울산 HD) 송범근(쇼난벨마레) 황인재(포항 스틸러스)
수비수: 권경원(수원FC) 박승욱(김천 상무) 조유민(샤르자) 하창래(나고야) 김진수(전북 현대) 이명재(울산 HD) 황재원(대구FC) 최준(FC서울)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 정우영(알 칼리즈) 황인범(FK츠르베나즈베즈다) 홍현석(KAA헨트) 배준호(스토크 시티) 이재성(마인츠)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엄원상(울산 HD)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공격수: 주민규(울산 HD) 오세훈(마치다 젤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