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싸우자는 겁니까?”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를 째려보며 제대로 빡쳐버린 ‘이정효 감독’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K리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의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은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한, 거침없이 솔직한 화법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런 이유로 그의 이름 앞에 조세 무리뉴 전 토트넘 감독의 이름에서 비롯된 ‘K-무리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그의 화법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사이다 발언’으로 들리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지난해 ‘저런 축구’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그런데 이정효 감독의 발언이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는 ‘시한폭탄 버튼이 눌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그는 지난 11일 대구FC 원정 경기에서도 저격성 멘트로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지난 2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원정 경기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광주는 1-0으로 앞서다가 후반 추가 시간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1-1로 경기를 마감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그라운드와 공식 기자회견에서 연달아 논란을 야기하는 발언을 했다.

문제는 공식 기자회견장에서의 태도였다. 이날 이정효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짧은 답변으로 일관하며, 한 기자와의 설전까지 벌어졌다.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놓쳤는데 어떻게 경기를 평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정효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수비수로 풀타임 출전한 스트라이커 허율의 경기력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는 “보셨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취재진이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지적하자, 이 감독은 “지금 나와 뭘 하자는 것이냐”며 설전을 벌였다. 이 감독은 “지금 싸우자는 건가. 정중하게 따로 시간을 내서 물어보라”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경기를 봤을 때 저는 무실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 감독에게 실제로 실점했는데도 무실점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태도 논란이 계속되자 이 감독은 구단을 통해 사과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6일 “이정효 감독의 기자회견과 관련, 경기 감독관의 보고서를 검토하겠다. 현장을 녹화한 영상이 있다면 이 역시 입수해 경위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상벌 규정, 언론 가이드라인, 대회 요강 등에는 기자회견장에서 불성실하게 답변한 데 따른 처벌 조항은 없다.

이 감독의 불성실한 기자회견 태도로 인해 양 팀 구단 관계자들까지 불똥이 튀었다. 광주 관계자는 “광주로 돌아가 감독님께 설명해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 양해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이 감독이 떠난 뒤, 광주 관계자와 이 감독-기자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던 인천 관계자는 해당 기자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이정효 감독 입장에서도 화가 날 만한 포인트는 있었다. 이정효 감독의 불성실한 답변을 지적하는 기자의 태도도 문제가 됐다. 이정효 감독을 향해 삿대질하며 다소 무례하게 질문하는 듯한 한 기자. 여기서 이정효 감독이 “정중하게 하라”며 지적하며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정효 감독이 애초에 무성의한 답변으로 원인 제공을 했고, 기자의 태도와 별개로 지적 내용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었다. 어쨌든 기자회견은 단순히 기자와 감독의 소통을 떠나 팬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을 답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처음 질문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고, 이에 무성의한 답변은 비판의 소지가 있었다.

한 경기를 위해 코치진,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구성원 모두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쓴 맛과 허탈감은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다. 그래서 취재진도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패배한 팀의 감독과 선수들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으며, 이는 서로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다. 이날도 마찬가지였으나, 이 감독의 불충분한 답변으로 인해 추가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의 태도는 그가 ‘본받아야 할 응원 문화’라고 칭한 광주 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팬들은 이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소통하고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야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당혹감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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