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누구야…” 고별전이 끝나고 한국인 선수를 보자마자 급격하게 반가워하는 클롭 감독

리버풀에게 또 하나의 황금기를 안겨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리버풀은 20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홈 경기를 가졌다. 전반 34분 알렉시스 맥알리스터와 40분 자렐 콴사의 연속 득점으로 리버풀은 2-0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은 시즌 막판 선두 경쟁에서 밀리며 리그 3위(승점 82점, 24승 10무 4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경기는 2015년부터 리버풀을 이끌며 리그(2019-2020), FA컵(2021-2022), 리그컵(2021-2022, 2023-2024), UEFA 챔피언스리그(2018-2019) 등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클롭 감독이 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클롭 감독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 이상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버풀은 이미 차기 감독으로 페예노르트(네덜란드)의 아르네 슬롯 감독을 선정하고, 940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팬들은 이날 ‘위르겐’이라는 글자로 가득 찬 카드섹션을 통해 클롭 감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고, 선수들은 승리로 이에 화답했다. 경기 후에도 경기장은 떠나는 클롭 감독을 향한 아쉬움으로 가득 찼고, 리버풀의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이 울려 퍼졌다.

마이크를 잡은 클롭 감독은 “나는 9년 동안 혼자 걸은 적이 없다. 당신도 혼자 걷지 않을 것이며, 리버풀도 혼자 걷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느껴진다. 오늘 나는 재능, 젊음, 창의성, 열정, 투지로 가득 찬 팀을 보았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최종전을 앞두고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시즌 동안에도 다음 시즌을 계획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힘이 없고,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결심이 확고해졌다”고 팀을 떠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인 선수들과도 제법 인연이 깊었던 클롭 감독. 과거 차두리와 지동원을 지도하기도 했고, 유독 손흥민에게 많은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에 또 빼놓을 수 없는 이 선수. 바로 황희찬이다.

잘츠부르크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반 다이크를 제치며 리버풀에 비수를 꽂은 황희찬.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온 뒤에도 리버풀을 상대로 수차례 멋진 활약을 펼쳤다.

그러자 클롭 감독 역시 황희찬을 극찬한 적이 있다. 지난 시즌 맞대결을 앞두고 황희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심지어 헤더로까지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한 바 있다. 그와 동시에 수차례 울브스와 맞대결 때마다 경계할 선수로 황희찬을 꼽곤 해왔다.

공교롭게 클롭 감독의 고별전 상대가 된 울브스와 황희찬. 경기는 리버풀이 깔끔하게 승리하며 클롭 감독 입장에서 완벽한 고별전이 됐다. 그리고 이어진 클롭 감독과 양 팀 선수들의 인사. 여기서 황희찬과 클롭 감독의 포옹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힘차게 포옹한 뒤 황희찬을 바라보며 밝게 웃어주는 클롭 감독. 하필 마지막 순간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장면이었다. 얼마 전엔 손흥민과 반갑게 인사하더니 이번엔 황희찬과 인사하는 모습으로 국내 팬들에게 역시 인상을 남긴 장면이다.

한편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나눈 뒤 클롭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그는 마지막 연설을 통해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클롭 감독은 연설의 시작에서 “사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여러분 모두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팀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훌륭히 해냈다”고 덧붙였다.

다시 한 번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한 클롭 감독은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 여러분이 매우 자랑스럽고, 내가 이 팀의 일원이 되어 함께 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정말 고맙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클롭 감독은 이제 고별전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나게 됐다. 클롭은 당분간 축구계 복귀 없이 휴식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그를 다시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클롭의 리버풀 이탈 소식에 오랜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펩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감정 어린 반응을 보였다. 과르디올라는 “클롭이 정말 그리울 것이다. 클롭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부였다. 그는 나를 감독으로서 또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했다. 그가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저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한 과르디올라는 “클롭도 알다시피, 나는 구단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나 혼자였다면 이런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점을 알고 있기에 항상 겸손하려고 노력한다. 클롭은 나를 도왔다. 클롭과 그의 팀은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정말로 엄청난 경쟁자였다”고 존중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야말로 모두의 리스펙을 받으며 박수칠 때 떠난 클롭 감독. 그만큼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서 이뤄낸 업적이 상당했다. 특히 손흥민, 황희찬 등 한국 선수들과 맞대결부터 친목까지 국내 팬들에게도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 클롭 감독. 휴식기 동안 푹 쉬고, 그 이후에 다시 한 번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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