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할 법도 한데…” 리그 우승을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라커룸으로 도망가버린 ‘홀란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초로 4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번 대기록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EPL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맨시티는 한국 시간으로 20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EPL 최종 38라운드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3-1로 꺾으며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맨시티는 28승 7무 3패, 총 91점으로 아스널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의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필 포든은 경기 시작 1분 20초 만에 선제골을 넣어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또한 전반 18분에 추가 골을 기록해 경기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포든은 이번 시즌 총 19골 8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20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아스널은 승점 89점으로 맨시티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스널은 이날 에버턴을 2-1로 이겼지만, 맨시티의 승리로 인해 우승을 놓쳤다.

맨시티는 이번 우승으로 2020-2021 시즌부터 시작된 4연속 우승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1992년 EPL 출범 이후 최초의 4연속 우승이며, 맨시티는 최근 7시즌 동안 6번의 우승을 차지해 잉글랜드 최강팀의 입지를 굳혔다. 맨시티의 주축 스트라이커 홀란은 이번 시즌 27골로 득점왕에 올라 팀의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최고의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아스널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40분에 선제골을 내주었지만, 이후 도미야스 다케히로와 카이 하베르츠의 연속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맨시티의 승리로 인해 아스널은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러한 성과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1999-2001년, 2007-2009년 두 차례 2연패를 기록한 바 있으며, 1992년 EPL 출범 이전에는 허더즈필드(1924-1926년), 아스널(1933-1935년), 리버풀(1982-1984년)만이 3연패를 기록했다.

맨시티는 지난 7시즌 중 6번이나 리그 정상에 올랐다. 2019-2020시즌 리버풀에게 우승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모두 선두 경쟁에서 승리했다. 이는 시즌 막판에 더욱 강해지는 맨시티의 특징 덕분이다.

2018-2019시즌에는 리버풀을 두 번 꺾고, 시즌 최종전에서 브라이튼을 이기며 승점 1점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2021-2022시즌 최종전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는 2-0으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 종료 14분을 남기고 3-2로 역전해 승점 1점 차로 리버풀을 제치고 우승했다. BBC는 로베르토 만치니와 마누엘 펠레그리니 전 감독들이 각각 2011-2012년, 2013-2014시즌에 선보였던 패턴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일상화했다고 극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맨시티는 시즌 막판에 선수들의 체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체력 훈련을 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각국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 유럽선수권대회(유로) 등 국제대회에 자주 참가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철저한 체력 관리가 필수적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3월 A매치 기간 동안 카일 워커, 존 스톤스, 네이선 아케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입고 복귀하자 훈련 시간을 5~10분으로 최소화하고 회복에 집중하는 유연한 접근을 취했다.

시즌 중간에 주포 엘링 홀란과 플레이메이커 케빈 더브라위너가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시즌 막판에 컨디션을 회복하고 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들이 부재하는 동안 20대 신예 필 포든이 플레이메이커와 골잡이 역할을 맡아 팀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포든은 EPL에서 19골 8도움, 공식전에서는 27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있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크로아티아 대표팀 센터백 요슈코 그바르디올은 왼쪽 사이드백으로 전향해 득점 능력까지 과시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백업 골키퍼 슈테판 오르테가는 리그 우승의 분수령이 된 토트넘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어 손흥민과의 일대일 상황에서 선방을 펼쳤다. 이로 인해 팀은 2-0 승리를 지키며 우승으로 가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이제는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은 우승 순간 맨시티 관중들의 난입. 경기가 종료되기 전부터 맨시티 팬들은 난입 준비를 했고, 선수들이 이를 말리는 장면까지 나왔다.

당연히 경기가 종료되자 일제히 난입을 시도한 맨시티 관중들. 그러자 맨시티 선수단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즐길 틈도 없이 재빠르게 라커룸으로 빤스런을 시도했다. 저 혼잡한 틈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홀란드 역시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기뻐하며 라커룸으로 재빠르게 도망갔다.

그래도 라커룸에서 기쁨을 누린 맨시티 선수들. 잠시 후 상황이 진정되자 트로피 셀레브레이션을 위해 다시 한 번 그라운드로 나왔다. 우승은 해도 해도 기쁜 법. 선수단과 관중들 모두 하나 되어 리그 우승의 순간을 누렸다. 4연패라 익숙할 법도 한데 모두 하나 되어 행복을 만끽했다.

한편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년 맨시티에 부임한 이후 총 17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8-2019 시즌에는 EPL,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을 모두 석권하며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한 팀이 되었다. 지난 시즌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을 물리치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 FA컵까지 3관왕을 달성했다.

웨스트햄전 승리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작년 이스탄불 경기가 끝난 뒤 나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더 이룰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계약이 남아 있었고, ‘아무도 EPL에서 4연패를 이루지 못했으니 우리가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어서 “이제 다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모든 것이 끝난 후에는 동기를 찾기 어렵다. 지금은 무엇이 남아있는 동기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독보적 성적을 자랑하고 있는 맨시티. 우승은 기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 입장에서 동기 부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 과연 지금의 독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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