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뒤를 이어…” 기어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임시로 선임해버린 ‘한국인 감독’

대한축구협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두 경기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임시 사령탑에는 김도훈(54) 전 울산 현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후 파울로 벤투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감독을 찾던 끝에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 근무와 불성실한 태도로 비판을 받았고,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며 탈락했다.

김도훈 감독은 1995년 전북 현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5년 성남 일화에서 은퇴했으며,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강원FC 코치와 한국 U-20 대표팀 수석코치로 활약한 뒤 인천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2020년에는 울산 현대를 이끌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김도훈 감독의 임시 선임과는 별개로, 축구협회의 대표팀 정식 감독 선임 과정은 상당히 지지부진하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성적 부진과 태업 논란에 휘말린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이후로 정식으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 감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당시 사령탑에 대한 청사진을 임시가 아닌 정식 감독 체제로 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K리그 전현직 사령탑들이 줄줄이 거론되며 시즌을 앞둔 팬들과 구단들의 거센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아 ‘탁구게이트’로 불리는 대표팀의 갈등을 수습하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거두며 임시 사령탑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했다. 황선홍 감독은 일각에서 대한축구협회가 내정한 A대표팀 정식 감독으로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U-23 대표팀이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부진하며 2024 파리 올림픽 진출에 실패해 계약이 자동 해지되었고, 성인 대표팀 감독직 선임도 백지화되었다.

이후 축구협회는 외국인 사령탑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순조롭지 않았다.

당초 후보로는 세놀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을 비롯해 올레 군나르 솔샤르 전 맨유 감독, 개리 몽크 케임브리지 유나이티드 FC 감독, 브루누 라즈 전 보타포구 FR 감독 등 쟁쟁한 경력을 가진 해외 감독들이 거론되었다. 이 중 4명의 최종 후보를 간추렸으나 정확한 후보 공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순위로 거론된 마쉬 감독과의 최종 협상은 이미 결렬됐으며,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도 기존 팀을 계속 이끌겠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또한 후보로 언급된 바스쿠 세아브라 이스토릴 감독 역시 클럽 계약 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던 와중, 튀르키예 언론들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17일 세놀 귀네슈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오보”라며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해 정식 감독 자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으며, 축구협회는 ‘헛발질’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 6월 A매치 전까지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대비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한 결과, 6월 두 경기를 맡을 임시 감독으로 김도훈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 현대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2021년부터 1년 동안 싱가포르의 라이언 시티를 지휘했다.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싱가포르 원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적합하다는 얘기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김도훈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며 능력과 성과를 입증했다. 싱가포르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현지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점이 선임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6월까지 시간을 벌었다. 그동안 협회의 부진한 협상력과 모호한 선임 프로세스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벤투 감독의 후임을 선임할 당시 후보군 상위에 있었던 미첼 곤살레스가 대표팀에 지원했으며, 세뇰 귀네슈 감독과의 협상 소식도 들린다.

만약 6월 임시 감독 체제 이후에도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하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감독 선임을 연기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협회는 최대한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9월 A매치 기간 이전까지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지금 선임하는 것과 9월 이후 선임하는 것은 선택지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중요한 시점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6월 A매치가 끝난 후 파리 올림픽이나 유로 2024 등의 대회가 마무리되면 현재보다 더 많은 감독 후보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FA 관계자 또한 “5월 초·중순까지 감독을 선임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6월 A매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며 “(임시 감독 선임을 통해) 앞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FA는 일단 ‘임시’ 체제로 잠시 숨을 고르며,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후보군을 면밀히 검토해 새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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