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들어올릴 때 그냥 들어올리지 않고 근본까지 챙기면서 간지라는 게 폭발해버린 ‘알론소 감독’

바이어 레버쿠젠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최초로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사비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레버쿠젠은 18일(한국 시간) 독일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분데스리가 34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2-1로 승리하며 리그 28승 6무, 승점 90점으로 패배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로 무패 우승을 기록했다. 승점 90점은 역대 챔피언 60팀 중 59팀보다 높은 기록이다. 레버쿠젠보다 더 많은 승점을 기록한 팀은 2012-2013시즌 바이에른 뮌헨으로, 당시 승점 91점을 기록했다.

이번 무패 우승은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바이에른 뮌헨이 통산 32회 우승을 달성했지만, 이루지 못한 기록을 레버쿠젠이 최초 우승과 함께 달성한 것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알론소 감독의 팀이 ‘무패’라는 스포츠 불멸의 업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였다. 리그 5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확정했으며, 지난달 15일 열린 리그 29라운드 홈 경기에서 베르더 브레멘을 5-0으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1904년에 창단한 레버쿠젠은 120년 만에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1992-1993 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우승 이후 31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흔들림 없이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전반 12분, 아민 아들리가 상대 골키퍼를 압박해 탈취한 공을 빅터 보니페이스가 받아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27분에는 코너킥 이후 혼전 상황에서 페널티 박스로 투입된 공을 로베르트 안드리히가 마무리했다.

레버쿠젠은 후반 17분 메르트 쾨무어에게 한 골을 내주었지만,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내며 결국 리그 무패 기록을 달성했다.

레버쿠젠의 우승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사비 알론소 감독이다. 알론소 감독은 현역 시절 리버풀(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유럽 최고의 클럽들에서 특급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코치와 레알 소시에다드 2군 감독을 거쳐 2022년 10월 레버쿠젠의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시즌에 팀을 6위로 이끈 알론소 감독은 이번 시즌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통해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꿨다. 좌우 윙백을 활용한 공격 축구와 알론소 감독의 특유의 리더십이 어우러져 레버쿠젠은 마침내 역사를 써내려갔다.

아우크스부르크전 후, 알론소 감독은 ‘무패 우승’의 감격을 전했다. 그는 “분데스리가 챔피언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무패 우승을 달성해 너무 자랑스럽다”며 “선수들의 노력과 시즌 내내 보여준 일관성 덕분에 이룬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종료 후 대망의 우승 트로피 셀레브레이션. 팬들과 선수단은 모두 하나 되어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계속해서 환호를 내질렀고, 선수단은 서로를 격려했다. 우승 메달 역시 목에 걸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역시 낭만 그 자체였다. 특히 알론소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오히려 선수단보다 더 맛깔나게 들어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선수 시절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만 해도 유로, 월드컵, 챔스, 라리가 등 다 합쳐 17회. 트로피 한 두번 들어올린 짬밥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트로피도 한 차례 튕기면서 그립 바꾸고 맛깔나게 들어올렸다. 실력으로 보여준 뒤 들어올리는 트로피라 간지력도 더욱 폭발했다.

그러더니 팬들 앞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는 트로피 셀레브레이션. 레버쿠젠 관중들은 모두가 알론소를 연호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긍심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한편 나머지 선수들도 역사에 남을 순간을 팬들과 함께 나눴다. 주장 흐라데키는 팬들에게 달려가 우승컵을 건넸다. 건네받은 응원 단장도 컵에 입을 맞추며 환호했다. 구단 첫 우승이 무패 우승, 여기에 팬들과 함께 나누는 우승 순간. 알론소 감독 역시 이를 멀리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리그 경기를 이보다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없었다.

비록 역사를 새로 쓴 알론소 감독이지만, 그는 여전히 다음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레버쿠젠은 23일 아탈란타(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 26일 카이저슬라우테른과의 독일축구협회(DFB)-포칼 결승을 앞두고 있다. 이 두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한다면 레버쿠젠은 트레블(3관왕), 그것도 ‘무패 트레블’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알론소 감독은 “(트레블에 대한) 욕심이 있다. 이 에너지와 분위기를 바탕으로 다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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