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리버풀전에서 패했지만 득점포를 가동하며 제 역할을 다한 손흥민. 후반 32분경, 스킵이 보낸 패스를 히샬리송이 문전에서 잡아내고 곧장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손흥민은 수비수들 사이에서 냉정하게 골문 구석을 노린 오른발 슈팅으로 이번 시즌 17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로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통산 120골을 기록하며 리버풀을 상대로는 5경기 연속 득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손흥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리버풀 원정에서 2-4로 패하면서 올 시즌 첫 4연패를 경험했고, 20년 만에 리그에서도 같은 기록을 갖게 되었다.
비록 기록적으로는 중요한 날이었지만, 손흥민에게는 패배의 쓴맛이 남는 하루였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17골로 득점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며 선두인 엘링 홀란드와 8골 차이로 뒤쫓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득점에서는 리버풀의 전설 스티븐 제라드와 22위를 공동으로 차지하며 명예를 안았고, 레스터 시티의 제이미 바디와 함께 리버풀전 5경기 연속골 기록을 세우며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리버풀전에서 현지 매체가 매긴 손흥민의 평점도 나쁘지 않았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90분 내내 패스 성공률 87%, 슈팅 정확도를 100% 기록하며, 최다 드리블 성공 5회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그는 7.9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으며 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풋볼런던에서도 그의 활약을 인정하며 평점 6을 부여했다. 이는 선발 출전한 선수들 중 미키 판더펜, 이브 비수마와 함께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한편 경기 도중엔 아놀드와 경합 장면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전반 초반부터 치열하게 볼 경합을 펼친 두 사람. 그 과정에서 손흥민이 아놀드를 제쳤고, 그 순간 아놀드가 손흥민을 저지하기 위해 다리로 걸어 넘어트렸다. 거친 파울은 아니었지만 손흥민 입장에서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신경전이 발생하기 마련. 실제로 손흥민은 아놀드를 쳐다보며 무어라 소리쳤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의 표정이었다. 아놀드에게 항의하긴 하는데 웃으며 항의하는 손흥민의 모습. 아놀드 역시 웃으며 손흥민의 항의를 받아들였다. 그러곤 손흥민에게 팔을 뻗어 부축하는 아놀드. 그 와중에도 웃으며 이어진 손흥민의 항의. 아놀드 역시 무어라 해명하며 두 사람 사이 오히려 훈훈한 모습이 연출됐다. 아놀드의 부축을 받아 손흥민이 일어난 뒤에도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 잠시 후 아놀드는 손흥민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빵 터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실 두 사람은 서로를 리스펙하는 사이다. 실제로 경기 후 따로 인사하며 친목을 나눴던 두 사람. 그 뿐 아니라 2021년엔 아놀드가 손흥민을 강하게 리스펙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알렉산더 아놀드의 인터뷰. 이 영상에서 아놀드는 팬들로부터 받은 다양한 질문에 답했는데, 특히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리버풀이 영입해야 할 선수에 관한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아놀드는 잠시 생각한 후, 손흥민과 케빈 데 브라위너라는 두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다.
데 브라위너에 대해서는 “항상 말하지만, 그는 내가 굉장히 동경하는 선수다. 그의 시야와 기술, 정확성은 대단하며, 기회 창출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극찬했다.
그리고 손흥민에 대해서는 “손흥민 역시 탁월한 선수다. 그의 뛰어난 스피드와 결정력은 정말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아놀드에게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맞붙어야 하는 어려운 상대였다. 실제로 그들의 포지션이 경기 동안 지속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에, 아놀드에게는 손흥민이 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서로가 위협적인 존재고, 그래서 더더욱 리스펙하는 사이. 어떻게 보면 이번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 이 상황을 잘 대변하는 장면이다. 플레이 중에는 강하게 막지만 이 상황이 끝나고 웃으며 푸는 두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PL에서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두 사람의 맞대결. 매번 치열하지만 훈훈한 선의의 맞대결로 두 사람 모두 멋진 활약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