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씨 아저씨!”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거칠지만 인간미 넘치는 아버지 부상길 역으로 등장한 최대훈은, 단 한마디 유행어로 대중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조연 배우’가 아니라, 오랜 무명 끝에 꽃을 피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최대훈은, 18년간의 무명 시절과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의 담담한 고백은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자아냈다.

무명 18년, 그 길고도 외로웠던 시간
최대훈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연극 ‘슬픈 연극’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좀처럼 그를 비추지 않았다. 무대와 작은 배역을 오가며 이름 없는 시간을 버텨야 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안 될까?”라는 자괴감이 스쳐갈 때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결혼 후 신혼 시절, 아내에게 생활비로 100만 원을 건네며 “12년만 기다려달라”고 했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는 “딱 떨어지는 걸 싫어해서 10년 플러스 알파 정도로 생각했다”며, 배우로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세운 기약 없는 약속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최대훈은 조급함 대신 인내를 선택했다. 매일같이 오디션을 보고, 단역이라도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그러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드디어 찾아온 ‘봄날’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거꾸리 변호사’ 장승준을 연기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상길 캐릭터를 맡으면서, 그는 비로소 ‘최대훈’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학씨’라는 대사 하나로 시청자들의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이끌어낸 그는, “인생에 봄이 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 ‘유 퀴즈’에 출연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화창한 봄을 만났는데, 자꾸 놀고 싶어요. 봄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오랜 겨울을 지나 진심으로 맞이한 따스한 봄. 최대훈은 그 순간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
최대훈은 인기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 대상이 바로 가족이라고 했다. 아내는 최근 들어 기사나 영상을 찾아서 보내주며 그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해 주었고, 초등학생 딸은 아빠의 ‘학씨’를 따라하며 즐거워했다.
그는 유쾌하게 웃으며도 끝내 이런 말을 남겼다.
“진작에 이렇게 만들어주지 못해서 가족들에게 미안해요.”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도 숨기지 않았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그의 출연작을 챙겨보며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며, “아버지와 어깨동무하고 꽃길을 걷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오랜 세월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최대훈은 여전히 담담했다. 주연이냐, 조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내 연기를 보고 진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묵묵하게 걸어온 길. 그리고 지금, 그 길 위에 봄날 같은 순간이 피어났다. 최대훈은 이제 다시, 배우로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8년 동안 조용히 준비해 온 진짜 봄, 최대훈.
그가 앞으로 펼칠 연기 인생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