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나가!”
팬들의 분노 섞인 외침이 있었던 하루 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사임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11일 “홍명보 감독이 오전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홍명보 감독의 마지막 지휘는 전날(10일) 광주FC전이었다”고 밝혔다. 정식 감독이 선임될 때까지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2020년 12월에 울산에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3년 7개월 동안 팀을 이끌었다. 그는 2022시즌에 팀에 17년 만의 우승을 안겨주었고, 다음 시즌에도 리그 우승을 이끌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했다.
끝은 씁쓸했다.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홍명보 감독은 고별전이 된 광주와의 경기에서 홈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경기 시작 전후로 “홍명보 나가!”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경기에서도 울산은 패배했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팬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난달 30일 홍 감독은 “내 입장(대표팀에 안 간다)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으나,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광주전 서포터석에는 “피노키홍”, “거짓말쟁이 런명보” 등의 비난이 담긴 걸개가 걸렸다. 경기 후 홍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할 때에도 서포터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겠지만 이렇게 작별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내 실수로 인해 이렇게 떠나게 됐다. 정말 우리 울산 팬들에게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응원의 구호가 오늘은 야유로 변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 있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과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표팀 사령탑이 된 홍명보 감독은 오는 9월부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팀을 이끌 예정이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의 대표팀 복귀다.
사실 울산도 울산이지만 대표팀 선수단 분위기도 문제다. 유튜브 ‘KBS 스포츠’ 수요 축구회에선 3~4월부터 이미 대표팀 선수단 내부에서 홍명보 감독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돌았다고 전했다.
일부 선수들은 아주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내비쳤고, 외국인 감독으로 가는 게 맞다는 선수단 의견이 모아졌다.
선수단은 “충분히 훌륭한 외국인 감독 선임이 가능한데, 왜 선임 과정 초기부터 홍명보 감독 내정 얘기를 듣는지 모르겠다”라며 외국인 감독 선임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실제로 이후 외국인 감독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것 같아 대표팀 선수들도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표된 홍명보 감독 선임 소식. 이에 선수단은 매우 놀라워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유럽파들이 많아지며 전반적인 지도 수준도 올라가야 하는 상황. 당장 손흥민만 해도 무리뉴, 콘테 등 유명 감독들을 거쳤다. 이강인, 김민재도 마찬가지고, 그 외 수많은 유럽파 선수들이 내로라하는 유럽 명장들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더욱 알 수 있는 감독의 수준. 이제 더이상 옛날 한국식 기강 잡기는 불가능하다. 울산에선 통했지만 대표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홍명보식 매니지먼트. 여러모로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