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국가대표 박주호의 발언이 나오면서 전력강화위의 운영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구성한 전력강화위 위원으로 선임돼 최근 5개월여간 활동한 박주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서 공개한 영상을 통해 입을 열었다.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박주호는 영상 촬영 도중 홍명보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자 대한축구협회 내부자였던 박주호는 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한 모습이었다.
홍 감독 내정 소식을 기사로 접한 박주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하도 정보가 새어나가니 그렇게 (이사 독단적으로) 발표했나보다”라고 이해했다. 그러면서 전력강화위 위원으로서 그간 위원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나 박주호의 발언 중 일부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전력강화위 몇 명의 위원들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국내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해당 주장을 내세운 위원들은 국내 감독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무책임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호는 “몇몇 분들이 국내 감독이 돼야 한다더라”면서 “어떻게 보면 (국내 감독으로 가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회의 시작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제 국내 감독이 해야 하지 않아?’라고 말했다”며 일부 위원들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국내파 감독들을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박주호는 이어 “그래서 내가 (국내파 감독들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물어봤다. 외국 감독들에게는 다 따지면서 국내 감독에게는 (기준이) 아예 없다. 그냥 다 좋다였다”라고 말하며, 후보군에 있는 외국 감독들과 달리 국내 감독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주호는 “내가 국내 감독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게임 플랜을 이야기하는데, 게임 플랜과 우리 방향성이 맞는 감독이어야 협회도 말할 수 있다. 그러면 협회가 ‘기술 철학’을 발표하면 안 됐다”라며, 게임 플랜과 방향성이 일치하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주호는 “홍명보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있었다. 홍 감독이 고사를 했다는데도 후보군에 계속 있었다. 김도훈 감독도, 안 한다는 사람도, 300억원이 필요한 아모림 감독도 (최종 후보) 12인에 들어갔다”라며 홍 감독 이야기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전력강화위가 제대로 운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감독 선임을 지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장을 펼치려면 그에 합당한 근거를 대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감독 선임뿐만 아니라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는 모든 일에 해당되는 당연한 절차다.
또한, 적어도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술 철학을 발표했다면, 협회와 대표팀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는 감독을 추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전력강화위 내부에서는 이러한 철학이나 방향성과는 무관하게 특정 인물을 추천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