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도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던 대한축구협회가 충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오랜 면담과 회의 끝에 기어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 감독이 내정됐다”며 “내일(8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의 관련 내용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A대표팀을 맡은 이후 10년 만에 다시 사령탑에 복귀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처음부터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100여 명의 지도자를 후보군에 올리고 검증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항상 국내파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줘 왔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을 이끌며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고, 올해도 선두권을 유지하며 탁월한 지도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5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을 찾는 데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홍명보 감독으로의 급작스러운 노선 변경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5월 유럽에서 제시 마치 캐나다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을 접촉하기도 했다. 이번 주 이임생 기술이사도 유럽 출장에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감독과 면담했으나, 이들이 국내파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을 얻지 못했다.
외국인 지도자를 찾지 못한 축구협회는 결국 홍명보 감독을 설득하기로 결정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임 과정 초기부터 국내 지도자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시점이 K리그 개막 직후라 고사했던 바 있다. 그러나 계속된 후보설에 지친 그는 “울산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임생 기술이사가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직후 울산으로 향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지난 5일 울산과 수원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홍명보 감독을 만나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임생 기술이사의 삼고초려 끝에 어제(6일) 늦은 시간 홍명보 감독이 수락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 과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축구협회가 ‘내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관계자는 “아직 울산과 조율할 부분이 남아 있다. 소속팀에서의 남은 경기와 대표팀 합류 시기 등을 합의해야 한다. 앞으로 세부 계약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지도자로서도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이끌며 주요 성공 사례를 만들어왔다.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이뤄냈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 A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그러나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소방수 역할로 긴급 투입된 터라 충분한 준비 없이 바로 본선에 나서야 했다. 결국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자진 사퇴하게 되었다.
그 후, 행정가로 변신한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임명되어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시기는 축구협회의 건강한 행정력을 발휘한 시기이기도 했다. 2021년 울산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뒤, 2022년과 2023년 K리그1 정상에 울산을 올려놓으며 그의 지도력이 여전히 탁월함을 증명했다. 올해도 울산을 선두권에 올려놓으며 구단의 첫 3연패에 도전하던 중,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