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하는데 이례적으로 마지막 경기에서 헹가래를 받으며 떠난 ‘K리그 감독’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특히 팀의 모든 걸 책임지는 감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수년 간 팀을 잘 이끌었어도 한 순간 흔들리면 바로 파리 목숨이 되곤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정확히 딱 그랬다. 2020년부터 인천 팬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조성환 감독. 그런 조성환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와 결별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경기(1-1 무승부) 직후 조성환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성환 감독은 지난 2020년 8월 인천 유나이티드의 제11대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구단 사상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로 이끄는 등 여러 성과를 냈다. 그러나 최근 팀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구단과의 소통 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결국 김천 상무전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조성환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날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무고사와 이종욱이 공격을 이끌었고, 백민규, 김건희, 신진호가 중원을 지켰다. 양쪽 윙백으로는 정동윤과 홍시후가 나섰으며, 델브리지, 요니치, 김연수가 중앙 수비를 담당했다. 골키퍼는 이범수가 맡았다.

이에 맞선 김천 상무는 4-3-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김대원, 박상혁, 모재현이 최전방을 이끌었으며, 서민우, 이동경, 김봉수가 중원을 구성했다. 박대원, 박승욱, 김민덕, 박수일이 포백을 지켰고, 골키퍼 장갑은 김동헌이 꼈다.

김천의 선제골은 전반 40분에 터졌다. 인천의 공격을 차단한 김천은 오른쪽 측면에서 모재현이 공을 잡고 돌파를 시도했다. 모재현은 상대 수비를 제친 후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박상혁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은 인천이 0-1로 뒤진 채 종료됐다.

후반 12분, 인천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무고사가 머리로 떨궜고, 이를 슈팅으로 연결하려 했으나 오반석과 겹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인천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44분, 왼쪽 측면에서 신진호가 올린 코너킥을 무고사가 확실한 헤더로 마무리하면서 1-1 스코어를 만들었다. 득점 직후 무고사는 조성환 감독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추가 시간 6분이 주어진 가운데, 김천이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유강현이 강력한 슈팅을 날렸고, 수비수에 맞고 굴절된 공을 이범수가 가까스로 쳐냈다. 이어 오인표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면서 1-1 스코어가 유지되었고, 경기는 결국 1-1 무승부로 마무리되었다.

경기 후 이어진 조성환 감독의 인천 고별식.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임하는 형태지만 이례적으로 선수단의 헹가래가 이어졌다.

잠시 후 조성환 감독이 고별 인사를 이어가자 인천 팬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비록 최근 부진하긴 했어도 ‘해준 게 얼만데’가 가능한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강등 걱정하던 인천을 중상위권까지 끌어올렸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시킨 업적. 올 시즌 역시 무난한 흐름을 이어가다 제르소, 이명주 등 핵심 선수들의 부상과 물병 사태 등이 터진 후 팀이 하락세를 탔다.

결국 강등권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결별하게 됐지만 인천 팬들은 박수를 보냈고, 조성환 감독 역시 눈물을 보였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래서 더더욱 박수칠 때 떠나기 어려운 세계다. 겉으로만 봤을 땐 부진으로 물러나지만 그래도 박수칠 때 떠나는 조성환 감독. 성과가 확실한 감독인 만큼 쉬는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타 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감독이다.

한편 인천 구단은 당분간 변재섭 수석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를 예정이며, 새 감독 선임을 위해 신중하게 후보군을 물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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