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탈락 직전…” 불과 경기 종료 2분을 남겨두고 잉글랜드가 뒤늦게 꺼내든 회심의 승부수

잉글랜드 대표팀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1일(한국시간) 독일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유로 2024 16강전에서 슬로바키아를 2-1로 역전 승리했다.

그야말로 극적인 승리였다.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슬로바키아의 이반 슈란츠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이후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정규시간 90분이 지났다. 대회 최대의 이변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주드 벨링엄이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연장 전반 1분 해리 케인의 헤딩 역전 결승골이 터지며 잉글랜드는 드라마 같은 승부를 연출하며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경기 후 잉글랜드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슬로바키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5위로, 잉글랜드의 5위와는 큰 차이가 있다. 두 팀의 선수 몸값도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한 약체를 상대로 잉글랜드는 고전했고, 거의 패배할 뻔했다. 조별리그부터 이어진 무기력한 경기력이 토너먼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6강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독일과 스페인과는 달랐다.

경기 후 한 누리꾼은 잉글랜드 축구를 ‘방학숙제형 축구’라고 표현했다. 이는 방학이 시작된 후 숙제를 계속 미루다 방학이 끝나기 직전에서야 몰아서 하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지금의 잉글랜드 축구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잉글랜드는 빨리 경기를 승리로 이끌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럴 능력과 경쟁력이 없었다.

영국의 ‘BBC’도 승리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를 비판했다. 이 매체는 “잉글랜드는 겔젠키르헨에서 창피한 탈락 직전까지 갔다. 벨링엄의 원더골이 나오기 전까지 잉글랜드의 모습은 평범했다. 케인은 쉬운 헤딩을 놓쳤고, 데클란 라이스는 골대를 강타했다. 잉글랜드의 희망은 사라지는 듯 보였다. 심지어 잉글랜드 팬들도 응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침묵했다. 만약 잉글랜드가 졌다면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임기를 마감하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굴욕에서 일단은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BBC’가 매긴 선수 평점에서 이번 경기는 이례적으로 승리 팀보다 패배 팀 선수들의 평점이 더 높았다. 슬로바키아 선수들이 잉글랜드 선수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최고 평점은 슬로바키아의 선제골 주인공인 이반 슈란츠가 6.80점을 받아 ‘Player of the match’에 선정되었다.

잉글랜드에서는 선발이 아닌 교체 자원들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이반 토니가 6.14점으로 잉글랜드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위는 교체 자원인 콜 팔머로 5.97점을 받았다. 주드 벨링엄은 5.63점을 받았고, 해리 케인은 4.36점에 그쳤다. 반면, 슬로바키아 선수들은 대부분 6점대 평점을 기록하며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잉글랜드에게 또 한 번의 굴욕적인 결과로 남게 되었다.

선발보다 교체 자원이 더 높은 평점을 받았던 잉글랜드. 사실 이 교체 카드 역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뒤늦게서야 꺼내들었다.

앞서 콜 파머와 에제 같은 2선 공격 자원을 선택한 것도 늦었지만 스트라이커 추가 투입 시점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슬로바키아에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4분, 약 2분 남짓 남은 시점에서야 아이반 토니 카드를 투입한 것.

토니는 이번 유로 대회에서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잉글랜드가 조별리그 동안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3경기에서 2득점에 그치는 동안 토니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만약 잉글랜드가 슬로바키아에 패했다면, 토니는 약 2분 출전을 끝으로 대회를 마감할 뻔했다.

그러나 토니 투입 이후 경기는 반전되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토니와 케인이 동시에 페널티박스 안에 있던 상황에서 주드 벨링엄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연장전 전반 1분에는 토니가 직접 역전골에 관여했다. 토니의 헤더 패스를 받은 케인이 공을 골대로 밀어 넣으며 잉글랜드는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토니의 심경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그를 불렀을 때, 토니는 분명 꽤 역겹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화해를 했다. 그는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두 번째 득점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말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그 시간대에 교체 선수를 투입하는 건 마지막으로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다. 그 선수가 공을 만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지만,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니를 그 시간에 투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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