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포지션 변칙 전략은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덴마크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먼저 선제골을 터트린 쪽은 잉글랜드였다. 전반 18분, 카일 워커가 상대 수비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공을 가로챈 뒤 크로스를 시도했고, 덴마크 수비에 맞고 흐른 공을 해리 케인이 마무리하면서 앞서 나갔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34분, 잉글랜드는 순간적으로 중원에서 슈팅 공간을 열어줬고, 덴마크의 모르텐 히울만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며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잉글랜드는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덴마크의 역습에 실점 위기를 초래하며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잉글랜드는 세르비아전에 이어 또 한 번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 선발 라인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위치 변동이다. 소속팀 리버풀에서 주로 우측 풀백으로 활약하는 그는 날카로운 오른발 킥 능력 덕분에 중앙 미드필더 역할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도 간혹 그를 미드필더로 기용한 바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알렉산더-아놀드를 확실히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있다. 평가전에서 시도한 전술을 본선에서도 유지하며, 데클란 라이스와 함께 ‘더블 볼란치’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경기에서 알렉산더-아놀드는 40번의 패스를 시도해 87.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밋밋한 활약을 보인 그는 후반 9분 만에 코너 갤러거와 교체되었다. 지난 경기에서도 가장 먼저 교체 아웃된 데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첫 번째로 교체되었다.
출전 시간도 줄어들었다. 세르비아전에서는 69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54분 밖에 뛰지 못했다. 이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자신의 전술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에 대해 “이건 일종의 실험이다. 알렉산더-아놀드는 기대했던 몇몇 장면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는 칼빈 필립스의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변명했다.
이날 잉글랜드의 벤치에는 코비 마이누와 애덤 워튼이 있었다. 마이누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원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핵심 선수였으며, 워튼 역시 후반기 크리스털 팰리스의 돌풍을 이끈 주역으로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강한 러브콜을 받고 있을 정도로 주목받는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 두 선수를 단 1분도 기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졸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로이 킨 역시 이 전술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21일(한국시간)에 “두 경기 연속 교체 아웃된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두 경기에서 모두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풀백이 미드필더로 오는 것은 큰 도박이다”라고 평가했다.
킨은 대회 시작 전부터 미드필더로 출전한 알렉산더-아놀드가 강팀과의 경기에서 ‘갈기갈기’ 찢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예상외로 조별리그에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알렉산더-아놀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 문제도 존재한다. 잉글랜드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유럽 정상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