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성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 15일(한국시간)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벤탄쿠르는 토트넘 훗스퍼 동료인 손흥민의 유니폼을 요청하는 진행자의 말에 “쏘니? 아니면 그의 사촌일 수도 있어.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 발언은 명백한 인종차별적 언사로 받아들여졌다. 영국 ‘트리뷰나’는 그의 발언이 농담처럼 보였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한 팬은 ‘내일 한국인들이 깨어나면 그의 SNS 댓글창은 난리가 날 것이다’라고 반응했고, 다른 팬은 ‘농담이었다고 주장해도 그런 자극적인 농담은 정말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손흥민은 내 형제다. 내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당신(손흥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않나. 나는 절대 그를 무시할 의도가 없었다. 절대 어느 누구를 상처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랑해 브라더”라고 해명하며 인종차별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손흥민은 평소 벤탄쿠르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내왔던 만큼, 그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손흥민은 2023-24 시즌 동안 장기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한 벤탄쿠르를 향해 “감정이 격해졌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선수다. 그의 복귀는 우리 선수단에겐 새로운 영입과도 같다”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당연히 현지 반응은 좋지 않았다. 영국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는 19일 “명백히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었다. 악의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그 발언 자체가 인종차별적이었다. 모든 한국인이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벤탄쿠르의 사과 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골드 기자는 “벤탄쿠르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고 화가 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의 사과는 모든 한국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손흥민 개인에게만 한 것이다. 그는 더 많은 대상을 향해 사과했어야 했다. 의견이 갈릴 수 있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충분한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고, 오히려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른 인종이나 국적을 가진 이들에게서 발생한 일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지 자선 단체들도 반응을 보였다. 영국 ‘BBC’는 20일 “차별 금지 자선 단체인 ‘킥 잇 아웃’은 손흥민을 향한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상당한 수의 불만을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약 5일이 지난 오늘, 손흥민이 직접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저질렀고 나에게 사과했다. 의도적으로 모욕을 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이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 일에 대해 넘어가기로 했고, 우리는 단결했다. 또한 팀을 위해 프리시즌부터 다시 함께 할 것이다”라며 공식 입장을 전했다.
손흥민의 입장문 발표 직후, 토트넘 구단도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토트넘은 20일 구단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공개 사과 이후,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주장 손흥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구단, 경기, 더 넓은 사회에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