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을 헌신한 세월…” 그 모든 걸 보상받은 ‘도르트문트 레전드’의 생애 마지막 홈경기

한 팀에서 12년 동안 활약하며 청춘을 바친 베테랑 미드필더가 퇴단을 앞두고 감사의 의미로 홈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제공했다. 그는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관중들에게 맥주를 한 잔씩 돌리며 1억5000만원을 기꺼이 지불했다.

이 낭만적인 사건은 유럽 4대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의 명문 클럽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일어났다. 주인공은 독일 국가대표로 48경기에 출전한 미드필더 마르코 로이스다. 그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까. 로이스는 홈 고별전에서 골과 도움을 하나씩 기록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정말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베테랑 미드필더 로이스는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홈구장에서 열린 ‘고별전’에서 활약하며 홈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도르트문트는 19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2023-2024 분데스리가 최종 34라운드 홈 경기에서 다름슈타트 98을 4-0으로 대파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8승 9무 7패(승점 63)을 기록하며 5위를 차지했다. 다음 시즌부터 독일과 이탈리아 리그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이 주어짐에 따라 도르트문트는 다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도르트문트가 오는 6월 2일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리는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이기고 우승해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설 수 있다.

이날 다름슈타트전은 로이스의 ‘안방 고별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로이스는 10년 넘게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도르트문트의 상징적인 선수였다. 2012년 여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이적한 그는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분데스리가 294경기에서 120골을 포함, 공식전 427경기를 뛰며 12시즌 동안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팀의 주장을 맡았던 로이스는 3차례 ‘분데스리가 올해의 선수’, 6차례 ‘분데스리가 베스트 11’, 2차례 ‘올해의 독일 선수’에 선정되는 등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다양한 상을 받았다.

1989년생으로 35세인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로이스는 이날 전반 30분 이안 마트셈의 선제골을 도왔고, 8분 후에는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골을 기록했다. 도르트문트는 후반 27분 율리안 브란트, 43분 도니얼 말런이 연속 골을 터뜨리며 4-0 대승을 완성했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로이스와 결별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이달 초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경기는 로이스가 구단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분데스리가 경기이자 홈 경기였다.

다만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공식전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한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경기는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이다. 로이스는 도르트문트에서 첫 시즌인 2012-2013시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떠나기 직전 마지막 경기가 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된 것이다.

로이스는 도르트문트에서 분데스리가 준우승만 7차례 경험했으며, 결국 정규리그 챔피언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채 도르트문트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마지막 한 경기,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통해 무관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날 다름슈타트전에서는 열정적인 응원과 카드 섹션으로 유명한 도르트문트 팬들이 8만 석의 홈구장을 가득 채우고 대규모 응원을 준비했다. 팬들은 로이스의 등번호 11번을 카드 섹션을 통해 응원석 한쪽 면에 크게 띄웠고, ‘당케 마르코’ (고마워요 마르코)라는 문구도 하단에 붙였다.

이에 로이스도 팬들에게 한 턱을 냈다. 자신과 작별 인사를 하러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맥주를 대접한 것이다. 이날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는 정확히 8만1365명이 방문했는데, 독일 언론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음주할 수 있는 연령대 팬들 대부분이 로이스가 쏜 맥주를 마신 것으로 AP통신은 추측했다.

도르트문트 구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맥주 값은 내가 낸다’는 문장과 서명을 적은 로이스의 자필 메모를 공개했다. 로이스가 낸 맥주값은 10만 유로, 한화로 약 1억4500만원에 달했다.

경기 후 로이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다”며 “완벽한 하루였다. 이 구단의 가족이 된 게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마지막 승부’에 대해 “결승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단 한 경기이고, 한 경기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또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겠다”며 “그리고 나서 도르트문트에서 진짜 파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르트문트가 전력상 열세에 있긴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겠다는 뜻이다.

같은 독일 국적이자 라이벌 팀 뮌헨 레전드 뮐러 역시 로이스를 위해 SNS에 리스펙을 보였다. 뮐러는 “나는 라이벌, 동료, 마술사, 그리고 아주 좋은 사람으로 불린 한 인물을 칭찬하고 싶다. 로이스가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준 모든 것에 감사하다. 그는 대단한 선수다. 마르코 로이스에게 다시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적었다.

이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진정한 도르트문트 고별전을 앞두고 있는 낭만의 사나이. 과연 그 끝이 진정한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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